노스님의 한숨

작성자
남승열
작성일
2020-10-29 15:27
조회
355
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
노스님의 한숨

칠흑 같은 밤, 노스님 혼자 기거하는 첩첩산중 다 쓰러져 가는 암자에 갑자기 온 산골짝을 뒤엎는 큰 소동이 벌어졌다.
노스님의 방문이 홱 열리며 “헥헥, 사람 좀 살려 주십시오.” 노스님이 관솔불을 켜자 웬 젊은이가 바지만 걸치고 맨발로 벌벌 떨고 있는 게 아닌가.
노스님이 암자 마당에서 내려다보니 소나무 사이로 횃불이 어른거리고 킁킁 개가 앞장섰다. 노스님은 젊은이에게 바지를 벗으라 해서 그 바지를 통시(‘뒷간’의 방언) 똥통 속에 던져넣고 젊은이를 법당으로 들여보낸 뒤 자물쇠를 채웠다.
곧 장정 다섯이 삽살개를 앞세우고 암자 마당에 들이닥쳤다. 삽살개가 킁킁거리며 통시로 향했다.
한 녀석이 쇠스랑으로 똥물을 쿡쿡 찔렀다. 몇몇은 법당에 들어가려는 걸 노스님이 호통을 치자 멈칫했다. 패거리들이 법당 안을 제외하고 암자를 샅샅이 뒤진 후 산골짝으로 사라졌다.
이튿날 벌거벗은 채 법당 안에 숨어 있던 젊은이가 노스님이 던져준 승복을 입고 나오더니 큰절을 했다.
“허우대가 멀쩡한 놈이 무슨 죄를 짓고 그 난리를 쳤는고?”
고개를 숙인 채 한숨만 토하던 젊은이가 털어놓은 사연인즉, 이 진사 안방마님과 통정을 하다가 들통이 나서 바지만 챙겨들고 도망쳐 왔다는 것이다.
노스님이 혀를 끌끌 차며 “내가 미쳤지. 저런 놈을 살려 주다니.”
젊은이는 또다시 넙죽 절을 하더니 마땅히 갈 곳도 없는지라 이 암자에 눌러앉게 해달라고 청해, 법보라는 법명을 받았다.
법보는 당장 팔을 걷어붙이고 암자 여기저기 잡초를 뽑고 깨진 기와도 갈아치웠다.
노스님이 삼십리 밖, 저잣거리로 가서 보리쌀·수수좁쌀을 두세됫박 탁발해 돌아오는 걸 보고 법보는 기가 막혔다.
이튿날 새벽, 예불을 마친 법보는 망태기를 어깨에 메고 숲속으로 사라지더니 점심나절 전에 송이버섯 한망태를 채워왔다. 둘이 실컷 구워 먹어도 표시도 나지 않았다.
“스님, 제가 저잣거리로 내려갔다 오는 게 도리지만, 그놈들한테 잡히면….”
노스님이 송이 망태기를 메고 저잣거리로 내려갔다가 쌀 한가마를 진 짐꾼과 함께 암자로 돌아온 건 어둠살이 깔린 후였다.
근근이 살림을 꾸려가던 암자에 어느날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말을 탄 장부 뒤로 가마가 따르고 그 뒤로는 쌀 한가마씩 지게에 진 짐꾼이 다섯이나 따라왔다.
천석꾼 부자, 권 참사네 며느리가 백일기도를 하러 온 것이다. 삼대독자 권 참사 외아들에게 시집온 며느리는 삼년이 지나도 태기가 없었다. 모두가 잠든 인시만 되면 며느리는 일어나 법당에서 부처님께 불공을 드렸다. 정성들여 백일기도를 끝내고 나서 며느리는 가마를 타고 하산했다.
이듬해, 또다시 가마 행렬이 암자에 들이닥쳤다. 가마에서 내리는 사람은 며느리가 아니라 권 참사 본인이었다. 만면에 웃음을 띠며 노스님의 두손을 잡고 “대사님 덕택에 며느리가 득남을 했습니다.”
승방에서 노스님과 차를 마시던 권 참사가 하늘도 놀랄 제안을 했다.
“대사님, 제가 불사(佛事)를 벌여 대웅전을 새로 지어 바치겠습니다.”
권 참사가 하산한 후에도 노스님은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자기 볼을 꼬집어봤다.
그때 법보가 들어와 노스님에게 큰절을 올리더니 “스님, 안녕히 계십시오. 한평생 스님의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노스님이 깜짝 놀라 “야, 이놈아 좋은 시절이 오는데 왜 떠나겠다는 게야?” “제 은신처가 불당 아랜데 법당을 허물잖아요. 저는 두번 죽습니다. 이 진사 손에 맞아 죽고, 권 참사에게 부관참시 당하고….”
법보가 떠나간 후에도 노스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진사 손에 맞아 죽는다는 건 이해가 되지만 권 참사에게?
얼마 후 노스님은 무릎을 탁 치며 한숨을 토했다.
불사가 시작되자 권 참사네 친인척들이 모두 올라왔다. 권 참사가 안고 있는 손자를 보고 노스님은 한눈에 알아차렸다. 떠나간 법보를 빼다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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